치과치료, 옛생각
신기하게 왜 꼭 ornus가 출장 중일 땐 애들이 아프든지 혹은 예전부터 잡아놓은 예약 때문이든 꼭 애들 데리고 병원 갈 일이 생긴다. 몇 주 전에 은율이 충치 때문에 치과 예약을 잡아놨는데 마침 오늘이라 다녀왔다. 며칠 흐리다가 오늘은 해가 쨍하게 떠서 짧은 거릴 운전하며 달리는 동안에도 살랑살랑 기분이 좋다. 집 밖으로 나오니까 좋구나. 그래도 난 근본적으로 집순이. 뭔가를 해야 할 때는 나오지만 별 일 없으면 집에 안 나가고 하루 종일 집에 박혀 꼼지락대는 걸 젤 좋아하는 집순이다.
같은 음식 먹이고 같은 양치질 습관으로 키우는데도 열음인 이가 안 썩는데 은율인 벌써 세 번째다. 몇 년 전에도 서울에서 두 개의 충치치료를 했는데, 이번에는 아래 어금니쪽 두 개가 함께 썩어서 한 쪽은 치아색 나는 레진을, 한 쪽은 깊이 파여서 크라운을 씌워야 했다. 큰 나무 숲 속 가정집 같이 생긴 치과는 친절하고 오래된 집 같이 아늑했고 은율이는 항상 그렇듯 협조를 잘 해줘서 주사 맞을 때도 움직이지도 않고 이쁘게 치료를 잘했다. 보통 이런 유아들은 치과치료받을 때 무서워서 울기도 하고 자꾸 버둥거리기 때문에 헬륨 가스를 마시고 진료하는 경우도 있고 몸을 묶고 진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은율이는 항상 그냥 진료한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도 마취주사 몇 개씩 맞고 한 시간씩 치료를 받았는데 애가 움직이지도 울지도 않고 ‘꾹꾹 참으며’ 치료를 잘 받아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아주 기특하고 신기한 아이’라는 칭찬을 들었는데 여기서도 그런 칭찬을 들었다.
잘 참고 잘 견디는 건 나는 아닌데… ornus를 닮았구나. 학교 졸업하고 처음 회사에 들어가 연수 마지막날 술 마시고 연수원 화장실 바닥에서 쭉 미끄러져 광대뼈가 내려앉아버린 ornus는 광대뼈 제자리로 올리는 수술을 하고 나서 “지혈이 잘 안 돼 수술결과가 이상하다는” 의사의 비상 선언으로 수술 직후 바로 재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의사가 재수술은 아픔을 느끼며 대화를 나누며 해야 한다고 ‘마취 없이’ 그냥 진행해야 한다고;;;;;; 입 안쪽으로 수술 기구를 넣어 살을 째고 뼈를 움직이는 과정을 쌩으로 하겠다고? 나는 이 얘기만 듣고도 그 아픔이 짐작이 가 거의 기절 직전이어서 병원에 있을 수가 없었고(며칠간의 간호와 충격이 겹쳐 몸살이 밀려와 쓰러질 것 같았다. 결국 옆에 계셨던 시어머니가 재수술 포함 남은 병간호를 하시고 나는 집에서 쓰러져 있었다ㅠ.ㅠ) ornus는 끙끙 참아가며 결국 그 재수술을 마취 없이 쌩으로 했었지. 그런 수술을 받고도 시어머니께 “빨리 집에 좀 가 보시라고. 지혜 쓰러져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어머니를 종용하는 눈치없는 짓거리를 해서 병간호하시던 어머니를 또 우리집으로 보냈지..ㅠ.ㅠ 어머니 얼마나 기가 막히셨겠니..응? 진짜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생살을 째는 뼈수술을 마취 없이 견디고 이티처럼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그런 일을 시키는 아들을 보는 어머니는 얼마나 기가막히셨겠니.. 나는 나중에 우리 아들들이 이런 짓을 해도 기꺼이 생각해야 겠다. 내가 이런 남편을 얻은 대가라 생각하고 얘네들이 더 심한 짓을 해도 ‘지들끼리 잘 살아서 다행이구나’ 생각해야 겠구나 싶다.
아무튼 그 수술 후 붓기로 얼굴이 이티처럼 변했던 ornus는 정말 보기 머뭇거려질 정도로 얼굴에 멍이 가득하고 이상해서 한동안 내가 속상했었다. 지금도 사실 한쪽 얼굴이 약간 이상하다.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이가 잘 썩는 은율이는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서 진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또 예약하고 왔다. 이는 타고나는 거라는 말이 맞나보다. 열음이나 은율이나 같은 음식 먹고 양치 시키는 것도 똑같은데 은율이만 세 번째 충치치료니까.. 치료 후 병원에서 구슬이랑 딱지랑 장난감을 선물로 받아온 은율이를 보더니 열음인 또 자기도 치과 보내달라고, 충치치료받게 해달라고..ㅠ.ㅠ 으이구 이것들아.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 TrackBack URL
Comments on this post
그렇지, 내가 옛날에 다치고 그런 일을 했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