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갸우뚱, 복세편살 재능

오늘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니 서강대학교가 정시를 완전 폐지하고 수시로만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난 입시 끝난 지 오래 돼서 요즘 입시제도 잘 모르지만 음.. 생각이 많아진다.

밑에 달린 리플들을 보니 그나마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워서 오직 점수로만 판단하는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이 서민들을 위한 가장 공정한 제도였는데 이제는 돈 들여서 스펙 쌓고 봉사활동하고 대회 나가서 상 받고 부모가 얻은 정보로 성과를 만든 아이들한테만 유리한 입시제도로 점점 바뀌어가니, 계층이동은 급격히 사라지는 거냐고 젊은층들의 원망이 가득했다. 나도 그 심정 이해 간다. 나와 ornus 역시 그런 상황의 학생이었으니까. 그나마 그냥 점수로 뽑는 수능 아니었다면 ornus와 내가 대학을 올 수 있었을까 싶다. 우리 중고등학교 때는 형편상 과외와 사교육은커녕 부모들이 입시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ornus는 문제집도 거의 사 본 적이 없단다;;) 그저 스스로 EBS나 보고 공부해서 대학 왔다ㅠ.ㅠ

겉모습만 보면 미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과 비슷하게 가겠다는 건데.. 그 취지는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언제까지 오직 수치로 환산되는 학습적인 점수로만 학생의 재능을 판단할 수는 없는 노른 아닌가. 세상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재능과 능력과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럼에도 사람들의 우려는, 이제 수능점수가 아닌 다른 스펙을 만들어주는 학원, 사교육, 부모들의 치맛바람이 더욱 성행할 거고 이런 뒷받침이 되는 중산층 이상 부유층들만 좋은 대학을 가는 세상이 올거라는 거다. 이것도 충분히 공감하고.

둘다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어떤 우려인지 충분히 공감하는데,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젊은이들 많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보면 ‘오직 학생 때 점수로만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고 그 때의 입시결과로 평생을 낙인 찍는 한국의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본인들도 그 잣대의 노예가 되어버린 모습을 볼 때다. 예를 들어 이제 수능점수가 아닌 다른 성과를 판단하겠다고 하니 “그럼 나보다 시험도 잘 못 보고 공부 못하는 애가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게 되난 거냐”는 반응이나, 한국에서 어디 이름 없는 대학에 갈 수준이었던 애가 뒤늦게 공부해서 유학 가 아이비리그 대학원에서 학위를 땄다고 하는 글 같은 데서 “쟤가 나보다 고등학교 때 공부도 못했던 앤데 미국 가서 저렇게 인정받는 거 보면 돈으로 쳐바른 거라고, 미국 입시는 진짜 공정하지 않은가보다”며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을 볼 때다. 아니 중고등학교 때 시험점수로 환산한 그깟 능력이 평생 사람을 좌우하는 꼬리표가 되어야 한다는 건가. 뒤늦게 머리가 트이는 사람도 있고, 뒤늦게 자기 길을 알아서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젊은이들 스스로가 그런 재능들은 ‘고등학교 때의 시험점수’에 비하면 가치 없는 재능이라는 오래된 편견을 갖고 있는 걸 볼 때 답답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층조차 학생 때의 점수로 사람들의 평생을 가두려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학업성적 이외의 다른 재능을 길러내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정보와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나도 인정하기 때문에 서민층에게 결코 유리한 입시제도가 아니라는 우려 역시 공감한다. 미국도 부유층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양한 특별활동, 캠프, 프로그램 등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으로 명문대에 들어가게 하기 위한 노력을 엄청나게 하는 계층이 따로 있고 대다수의 서민 계층들은 그 노력을 못 따라간다. 그러니 계층이 고착되기 쉬운 거고.. 여기 벨뷰에서도 엄청난 교육열로 유명한 중국 엄마들, 인도 엄마들, 한국 엄마들이 있지만 초등 때부터 고급 사립 학교에서 아주 특별한 스펙을 만들어주는 최상위 ‘부’를 가진 백인 계층의 사교육을 못 따라간다. 그리고 그런 ‘부’를 가진 백인들이 여기 벨뷰 워싱턴 호숫가에 살고 있다. 나는 그저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면서 ‘아이들이 자기가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또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걸’ 목표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을 뿐이다. 부유한 백인 계층의 사교육도, 아시안 엄마들의 극성스런 교육열도 초월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중심을 잡고 가야할지 스스로도 성찰이 많이 필요한 문제이긴 하다.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부는 한쪽에 고착화되고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자본이 자본을 버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보니 소수계층이 대부분의 부를 다 가지고 있고 나머지 부를 중산층과 서민층이 나눠가져야 하는 박 터지는 세상 속에서 먹고 살길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 애먼 데서 새우등 터지는 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진짜 문제는 훨씬 더 근본적인 부분이다. 20년 후에는 뭐 약사나 변리사 같은 직업들도 10분의 1 정도로 축소되고 지금 잘 나가는 수많은 직업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데… 당장 국영수 점수에 매달리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그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태평스런 마음가짐으로 살 수 있는 재능이 최고일지도-.-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5-05-31 at 오전 9:48

    맞아.복세편살이 최고의 재능이고 가장 어려운 능력이기도 한거같아.
    서강대가 그리 되었다니..그렇구나.
    여기 중국은 어찌 변해갈지..중국도 아직까진 구세대 입시제도인데. 여기도 한국 못지않게 점수로 평가하여 대학 보내고 대학 간판 중시 여기고..다양성 측면에선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떨어져서 좀 걱정이긴한데, 그래도 난 왜 한국에서 살기 싫을까..
    아마도 나의 이런 심리는 말이 깊이 안통하는 곳이니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복세편살이 비교적 더 수월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지 않나싶네. 그래서 한인촌도 가기 싫고.(그동네 넘 비싸서 못 가기도 하지만ㅋㅋ) 혹시나 공부에도 흥미 없고 다른 재능도 발견 못하는 막막한 상황이 와도 중국어라도 잘하면 좀 괜찮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고ㅋ.
    암튼 이런것들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막연한 기대일 뿐이지.

    이렇든 저렇든 자식 키우기 복잡한 세상은 맞네. 근데 그래도 난 서강대의 저런 변화가 거부감이 잘 안드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에 애낳기 싫은 이유 중 하나가 “대학입학시험을 또 겪기가 싫어서”였거든. 정말 수능날은 다시 경험하고싶지 않아.

    • wisepaper said on 2015-06-01 at 오전 9:56

      저도 그런 비슷한 생각이 있어요.. 아무래도 여긴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 곳이다보니 더 쉽게 흔들리지 않고 복세편살이 가능한 부분이 있으니까…..ㅎㅎㅎ

      저도 지금 서강대가 저러는 게 자세한 건 모르지만.. 오직 한 가지 통로로만 평가받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다양한 입시전형을 하겠다고 하면 보통 저렇게 서민층한테 더 불리하지 않겠느냐 우려하는 게 사람들 반응인데, 의외로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오히려 1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는 입시로만 갈 때 강남의 특정 구들이 상위권을 더 많이 차지한다고.. 이런저런 다양한 전형이 있을 때 오히려 시골 애들, 서민층 등이 혜택받는 부분도 더 많다고 하는 주장도 있어요.. 암튼.. 앞으로 점점 더 시험 하나의 영향은 줄어드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미국처럼.. SAT는 그냥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뿐..

  2. Elvia said on 2015-06-04 at 오후 8:01

    Many Web hosts nowadays provide a graphical user
    interface or a control board to streamline server administrator
    and Web sit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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