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효과
내가 주기적으로 가는 커뮤니티가 패션 관련 사이트로 시작한 여초 커뮤니티인데, 보통 많은 뉴스들을 주로 거기서 듣고 있다. 여기서 최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하나를 보게 됐다. 그동안 넷상에서 심심치않게 행해졌던 일부 극단적인 여혐현상(남성들의 여성비하 현상)에 대한 반발로, 몇몇 여성들이 디시의 ‘메르스갤러리’ 하나를 표적으로 삼고 침투해서 그동안 일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표현과 논리들을 그대로 패러디(정말로 그동안 있던 글들을 그대로 가져와 똑같이 패러디)해, 남성과 여성만 바꿔 그 모욕감을 그대로 돌려주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거다.
훠우…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표현들을 여자들이 주어만 바꿔서 도로 패러디했는데, 듣고 있는 디시의 남성유저들이 첨엔 부들부들하다가 “저런 질 낮은 표현을 여성이 썼을리가 없다며(스스로 남성들 디스하는 건가;;)” 회피하기도 하고 몇몇은 이제서야 여성들의 모욕감을 공감하기도 하고 같이 낄낄대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반응 있나보다.
몇 개만 샘플을 좀 봤는데도… 풍자가 제대로다. 언어의 마술사들 같으니.. ornus랑 둘이 보다가 웃겨서 뒤로 넘어갈 뻔. ㅋㅋ 일부 남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들에게 내뱉었던 성적인 모욕들, 비하들, 외모에 대한 희화화가 담긴 글들을 그대로 가져와 ‘여성에게 해당되는 표현’을 ‘남성에게 해당되는 표현’으로 바꾸기만 한 건데 그동안 그 어떤 점잖은 말로 했던 호소보다 훨씬 빠르게 먹히고 있다고. 대부분의 평범한 남초사이트에서는 이 소식 전해듣고 반응이 시큰둥하다는데, 원래 기득권을 가진 자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자신들이 가진 걸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가만히 있어도 그동안 살았던 방법대로 살 수 있으니 굳이 끼어들 여지를 못 느끼는 거다. 그러니 피해자 쪽에서 민감하게 들고 있어나는 게 억울하지만 섭리다.
이쯤 되면 “그들이 했던 질낮은 방법을 그대로 써서 인간을 모욕하는 건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일이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누구도 이런 모욕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점잖게 훈계하시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그건 이 운동의 의미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헛다리짚기 되시겠다. 이 운동 자체가 그동안 항상 가해자의 입장에 섰던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던 모욕감과 수치심과 불편함을 그대로 돌려줌으로써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울효과’ 운동이라서….
이런 교육방법은 아동발달 책에도 있다. 자신들이 하는 잘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자신들이 욕하고 싸우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면 그제서야 아이도 카메라에 비친 욕하는 자신들의 모습으로부터 수치심을 느끼고 그동안의 나쁜 습관을 버리게 되는 거다. 일명 거울효과.
글쎄 이 방법이 극단적인 그 일부 남성들을 얼마나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소한 충격 정도는 되나보다. 여성들도 자신들과 똑같이 성기에 대한 저질스런 모욕, 외모에 대한 저질스런 모욕을 할 수 있고, 인간을 오직 욕망의 대상(객체)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격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가다간 여성/남성 개싸움이 되는 부작용도 나오겠다 싶지만.. 어떻게 흘러가든 세상은 원래 뭐라도 해야 바뀌는 거다. 욕설과 조롱이 정체성이던 디시에서, 그동안 여성에 대한 욕설은 아무렇지도 않게 허용되던 그 곳에서 이 일을 계기로 ‘욕설금지’ 공지가 떴단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ㅋㅋ 당해봐야만 안다는 건가.
사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적대감이 최근 점점 심해지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사람들은 표적을 찾기 마련인데 사회 시스템이나 정부, 자본주의 자체 등 거대 담론으로 가면 표적이 모호해지니 내 옆에서 찾는 거다. 물론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느 문화권에서나 존재했던 게 여성차별이지만 최근 넷상에서 불거진 극단적인 여혐현상은 전통적인 현상이라고만 설명하기는 힘들다. 일부 남성들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걸 사회 시스템이 가진 한계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내 설자리를 뺐는 여성들에게 혐오를 돌리는 이런 현상은 선진국에서 주로 소수자들에 대한 인종차별로 나타났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여혐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남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데도 여전히 결혼할 때 여성들은 ‘집이나 전세를 해오는 남자’를 원한다고 느끼니 여기서 폭발하는 것도 있고. 이 문제는 나는 결국 여성/남성 둘다 살아남기 힘든 세상으로 가면서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 본다. 이제 남성이든 여성이든 집을 들고 결혼하기가 워낙 힘든 세상이 되어 가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거다. 전세는 월세로 전환될 거고. 집을 들고 오는 남성과 시가의 권력에 은연중 엎드려야 했던 여성들도 같이 벌어 월세를 부담하게 되면서 점점 더 그럴 필요 없어질 거고, 여성도 더이상 남성에게 집이나 전세금 같은 목돈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 되면서 포기하게 될 거고 맞벌이 아니면 아이 키우며 생계 를 유지하기가 힘들 정도로 인건비가 낮은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아이러니하지만 본의 아니게 남성과 여성간의 경제적 권력구도가 해결되는 거다;;;
….
이건 여담인데, 나의 개인적인 고민은..
나 역시 돈 벌러 나가서 사회에서 쏟아지는 부당함을 몸으로 맞서 싸우는 여성전사가 되면 참 좋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는 거다. 물론 우리의 선택이 가정 내에서의 남성/여성 역할의 전통적인 모델링에 맞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약 ornus와 나의 성향이나 전공이 뒤바뀌었다면 내가 나가고 ornus가 아이들을 기르는 편을 선택했을 거다. 우리는 이 가정을 같이 운영하는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팀원 둘다 같은 역할(둘다 나가는 역할)을 해봤더니 두 아이들을 기르면서 행복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걸 실감했고 결국 역할을 어느 정도 나눈 결과다. 그리고 나는 공부했던 전공이 인문학이어서 사람에 대한 나의 관심과 공부가 아이들을 기르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 ornus 역시 근로시간은 유연하지만 출장이 잦고 밤낮으로 일 생각을 하는 워커홀릭 성향을 가진 자신과 가정을 매니지먼트하는 역할을 하는 내가 한 팀인 걸 만족스러워하고. 그럼에도 내가 직장생활을 원하는 사람이었다면 우린 역시 그렇게 했을 거다. ornus도 적극 지원했을 거고. 다행스럽게도 우리 가정 안에서는 ornus가 직장생활을 원하고 내가 직장생활을 원치 않기 때문에 평화롭게 팀원간의 역할을 나눌 수 있게 됐지만 사회 전체적인 시선에서 보면 결국 나 역시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상을 강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물론 ornus가 어떠한 연유로든 직장생활을 못하게 될 경우 내가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상황에서 아이 기르며 직장생활을 하는 건 원치 않지만 여전히 ornus와 한 팀이 되어 이뤄나가고 싶은 가정의 모습도 있고 꿈도 있고. ornus도 인정했지만 나의 역할은 가정의 지향점을 세우고 전체적으로 매니지먼트하는 거다. ornus는 자신이 버는 돈은 전부 내가 함께 버는 돈이나 마찬가지라고 항상 말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양육과 돌봄의 가치, 가정의 지향점과 비전을 세우는 가치를 돈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내 고민도 끝나지 않을 거다. 언제 또 나가겠다고 들썩거릴지 모를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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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내용 디게 궁금하네. 무슨 욕인지..ㅋㅋ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늘 궁금한 문제인데, 여성이 평범이상의 대단한 능력을 가지지 않는한 직장생활 오래하기 힘든 사회적 구조가 변하는게 우선인지, ‘남자는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을 먹여살려야한다’라는 남성중심 문화와 고정관념 변화가 우선인지..
어쨌든 남자들끼린 서로가 가장이라는 동병상련?때문에 직장 내에서 여자보다 남자를 더 감싸고 남자를 더 밀어주는게 사실이니,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가정경제를 책임지는건 너무나 가혹할수밖에 없는 면도 있고, 능력이 특출하지 않은 여성은 출산하면 보통 쉽게 짤리고..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은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비뚫어진 우월감을 낳고..
그리고..내 가까운 여자사람 하나는 백수남편 먹여 살리시고 집장만 할때도 친정에서 더 많이 도와줬는데도 시댁에 훨씬 더 잘하고 명절때마다 큰무수리 역할 묵묵히 해.
다른 친구 하나도 남편보다 돈 훨씬 많이 벌고 친정 도움으로 전세금 마련했는데도 형편 어려워서 친정부모님 생신때는 용돈 안드리는데 시부모님 생신은 귀신같이 챙긴다. 이런 현상들을 어케 해석해야하나..참 난감해.
물질적 환경이 변해도 관념이 변하기는 힘든건가? 아님 과도기에서 있을수도 있는 기이한 현상인가(자본주의가 극대화될수록 돈없으면 아내한테 혹은 며느리한테 무시당할까봐 노파심 쩔은 남자사람쪽들의 발악으로 인한 현상?).
암튼 우리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조금 더 평등한 쪽으로 변해가겠지만, 여전히 이해안되는 현상이 많긴하다.
암튼 근데 나는 남편이 돈 안벌면 못사는 상황이다. 능력이나 키워야할텐데..ㅋㅋ
패러디 진짜 웃겨요. ornus랑 지금 애들 재우고 함께 보다 웃겨서 뒤로 넘어갈 뻔 ㅋㅋㅋㅋ 근데 너무너무 저질스럽고 적나라한 욕들이 담겨서 우리 홈피에 올릴 수가 없네요..ㅎㅎ
예로 드신 언니 지인들의 경우가 가장 갑갑한 경운데요. 전 그분들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시댁의 잘못은 아예 논외로 치구요. 그렇게 사시는 그분들이 문제라고 말하고 싶네요.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사는 거라면 뭐 할 말 없지만 원치 않는데도 그런 부당함을 감수하고 산다면… 그건 명백한 당신들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본인들이 받아주지 않으면 되는 거에요. 그래도 지구가 안 무너집니다. 알아서 본인들 권리 챙기고 살고 싶은 모습대로 살려고 해야지요. 물론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고 남편이 가부장적이거나 남편이 자기편이 아닌 경우라면… 쉽지 않은 부분이겠지요. 전 일단 한 쪽이 계속 괴로워하는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는 남자랑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 물론 산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경제적으로 동등하게 해 오거나 더 많이 해와도 여전히 시댁으로부터 부당함을 감수하는 사례는 많이 있긴 하지만요. 그건 특수한 경우고 결국은 경제적 독립 되면 변하게 돼있어요. 대다수의 가정들은 그렇게 변할 거구요. 아들 며느리 동등하게 결혼하고 경제적 문제 책임지고 사는데 거기다 부당한 걸 요구할 시부모들은 점점 줄어들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로 요즘 많이들 그렇게 변하고 있고.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가 착한 며느리 컴플렉스에 사로잡혀서 알아서 기고 사는 것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상 안 통하고 말 안 통하는 남자들이랑은 결혼 자체를 하지들 말고… 어휴 답답해 어휴 답답해. 제가 이런 예만 보면 답답해서 죽어요 ㅎㅎㅎ
그리고 전 여성이든 남성이든 둘째고 일단 직장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봐요. 목숨 바치고 야근하고 희생하지 않고도 회사생활이 가능해야 여성과 남성이 아이를 기르며 회사를 다니는게 둘다 수월해지겠지요. 야근 안 하고 충성 안 하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니까 남자들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가정 대신 회사를 선택하는 양상인건데…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안 살아도 되는 사회가 빨리 와야지요. 둘다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것도 무난하게 가능하려면 직장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해야지요.
근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가정에서 과연 맞벌이가 이상적인 형태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가장 이상적인 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정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 사람이 “나는 직장 대신 양육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해도 삶이 무난하게 돌아가는 상태 아닐까 싶어요. 인건비도 한 사람이 벌어도 충분히 살아갈 정도 되고.. 사회적인 인식도 남성이 집에 있든 여성이 집에 있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가 완벽한 평등이 이루어진 사회라고 보구요.
저는 제가 경제력 있는 능력자가 참으로 되고픈데, 그게 참 안 되네요. 있는 돈 쓰는 복받은 팔자라고 하는 게 낫겠죠?
영국이라 그런지, 직장 생활을 안 해서 그런지, 여기서 남여차별 직접 겪을 일은 없는데, 그래도 이 나라 역시 그저 여자란 이유로 연봉이 작게 책정되고 승진에서 뒤로 빠지고 그런 일들이 많네요. 근데 덜 그래 보이는 것은 ‘몸’ 혹은 ‘개인’에 대한 신성불가침? 같은 보호, 혹은 노터치 원칙을 공유하기 때문인듯요. 절대 남의 몸에 대해선 남녀를 불문하고 언급조차 하지 않고, 가족일지라도, 개인을 하나의 세계로 인정.
문제는 인종차별, 종교차별 등등…. 이 여전하지만…
저는 더 많이 챙겨주는 우리집에 더 잘 해요. 받는 만큼, 주는 만큼. 요런 약은 정책으로 일관되게 빌붙어 산다는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 있으려면 이 사회가 ‘돈’으로 환산해주는 가치를 갖고 있어야만 된다는 건데.. 내가 가진 가치가 아무리 가치있어봐자 돈 안 되면 말짱 꽝이니 뭐.. 기술 배우러 가야지. ㅎㅎㅎㅎ
우린 아직 이 사회에 오랫동안 살아보지 않았으니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일단 ornus는 일 특성상 회사에서 인종차별은 없다고. 아니 인종차별 같은 거 할 새가 없다고.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신기술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다들 정신없어서;;;; 다인종사회로 출발한 국가라서일 수도 있고 워낙 백인 외에 타인종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직종에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그래도 유리천장 있지 않을까? 나는 ornus에게 우려하는데, ornus는 유리천장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문제에 집중 안 하려 한다고. 대부분 문제가 인종차별이라기보단 언어가 안 돼서 그런 경우가 많고 또 더 깊이 들어가보면 단순히 언어가 유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사소통법’에 서툴기 때문에 느끼는 벽일 경우가 많다는 거라고도 보고. 그리고 뭐 당연히 마음속의 인종차별이야 있겠지. 중요한 건 겉으로, 제도적으로, 표면적으로 인종차별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이 기준이 되는 거라고 봄.
그렇지 내가 아는 지인 두명 본인들 문제라고도 나도 늘 생각하지. 그중 후자는 이 문제로 나랑 얘기하다가 사이까지 멀어졌음.
다만 나는 시대와 환경이 변해도 쉽사리 변치않는 어른들이 더 큰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내 세대는 아직까진 대부분 남자집에서 전세금이라도 도와준 경우가 많으니 대부분은 맞벌이를 해도 며느리 도리에서 못 벗어난거 같은데(이게 꼭 돈 때문은 아니지만),
어른들 특징이 늘 ‘남들과의 비교’이기 때문에 본인의 며느리가 아들과 평등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못하는 시부모들이 아직까진 많기에(이런 시부모는 소수가 아닌듯. 다만 나쁜며느리들이 많아져서 소수처럼 보이는거 아닐까? 관계들이 다들 안좋지..), 여자들이 여전히 유혈투쟁 해야할 부분들이 많은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만 해도, 우리 시어머니는 나랑 동서가 다른 며느리들보다 싸가지 없게 나가면 “내가 해준거 없다고 며느리가 날 무시하나”라는 생각으로 진상부리실 때가 있으셔서, 나는 물론 그래도 신경 안쓰고 일관되게 나가지만, 왜 이런 해프닝을 내가 겪어야하나 귀찮고 짜증날 때가 있다. 물론 이게 결혼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변하지 않는 어른들 문제 맞지요. 가장 큰 문제지요. 근데 우리가 어른들 세대를 바꿀 수가 없으니까..ㅠ.ㅠ 우리가 바꾸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사시는 지인분들 스스로가 뒤흔드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짜증나죠. 내가 왜 그런 걸 감수해야 하나. 근데 원래 혁명은 아쉬운 쪽에서 일으키는 법이죠. 짜증나는 거 감수하고라도 혁명 일으킨 시민들이 있어서 지금 세대가 이만큼이라도 쟁취한 거고.
신경 안 쓰고 일관되게 나가는 거 잘하고 계시네요!! 우리가 살면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말을 듣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겠단 생각만 버려도 세상 사는 게 많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시어머니한테 좋은 평가 받을 필요 없어요. 내 행복과 내 주관이 우선인거죠. 그분들의 행복은 그분들 자신들이 만들어가야죠.. 우리 젊은 세대 부모들은 어른들 세대보단 많이 변할 거 같은데 그래도 걱정은.. 여전히 부모들이 자식을 자기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그러니 어른 돼도 간섭하고 싶은 거죠. 우리라도 그 생각 버리자구요ㅎㅎ
엽곰아, 존댓말로 글 올린건 나한테 댓글단거? 아님 영국 오래살더니 정중해짐? ㅋㅋ 넝담~
나도 우리를 더 잘 챙겨주시는 친정부모님한테 더 잘해. 내가 서운함이 쌓인게 좀 많아서 이번 어버이날엔 시댁은 아예 안 챙겨버리는 발칙한 반항도 했어. 시어머니 항의전화 오고 난리도 아녔음.ㅋㅋㅋㅋㅋ
약고 치사한 며느리가 나 말고 또 있다는거에 무척 반갑구나.
으잉? 그런 발칙한 반항을 하셨다니.. 여러 사건 있었겠네요.. ㅎㅎㅎ 원래 갈등 없으면 변화도 없잖아요. 갈등은 변화로 가는 지름길이에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ㅎㅎㅎㅎ 근데 엽곰이나 언니나 모든 여성들에게 궁금한 거 한 가지는.. 시댁 쪽에 불만이 있는 게 안 챙겨주고 안 줘서인가요? 아님 안 챙겨주면서 나한테 간섭하려고 하는 건가요? 그러니까 시댁이 나한테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면 전혀 안 주고 안 챙겨주는 것도 오케이란 건가요? 저는 이 경우거든요.. 저는 간섭도 받지 않고 챙김 받는 것도 없고.. 지금 이상태가 행복해요.
원래 울 시어머니 성격은 천성적으로 남들한테도 오지랖이 넓으신 편인데(친구분들은 혜택 보시기도 하겠지ㅠ), 자식들 특히 아들들 일에는 더하셨지 당연히..
나 결혼초에 내가 옷입는 방식이나 밥먹는 방식, 아들이 친구 만나는 방식까지 일일이 잔소리하시며 맘에 안드는건 나한테 짜증내시는 황당한 일들도 좀 있었는데(원래 말투까지 이쁜편이 아니시라..)
근데 내가 상당한 무언의 투쟁기간을 거쳐서 지금은 많이 간섭이 줄은 편이고(동서도 알고보니 혁명사가 있었음ㅋ), 또 남들처럼 단지 아들부모라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뒤집어쓴거 없이 아들며느리들이 알아서 잘 자리잡아줬으니 큰소리 못치시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도 타고난 성격 못버리잖아 사람이 누구나..
아무리 참으셔도 가끔 터져나올때 있고..뭐 이제 이런건 일상의 사소한 트러블 정도로 치부되어 크게 신경은 안쓰지만.
근데 이번 어버이날은 ‘돈을 안 보냈다’라는 이유로 어머님이 항의하신건데ㅋ,
물론 뭐 우리가 외국 살면서 얼굴 자주 못보여드리며 기념일마다 보내드리는 돈들이 별거는 아니지만, 내 나름 살림 빠듯하게 하는데 어머님이 늘 ‘당연’하게 여기시고 고맙다는 말씀 안하시고..그런게 어느순간부터 회의 느껴지더라. 내가 왜 이런 알아주지도 않는 가치없는 일을 당연스레 하고있나하는..물론 남들도 다 하는 당연한 기본도리라지만..그 시기에 다른 감정적으로 서운한 일도 내가 있었고.
늘 사위생일 내생일 유라생일 어린이날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울 친정부모님이 문제인건가? ㅋ 비교심리에 더 짜증 울컥해서 갑자기 해드리기 싫더라~
나도 기본적으로는 시댁에 아무것도 안받고 간섭도 받지말자 주의야.
걍 시댁에 뭘 바라지도 않지만, 일방적으로 해드리기도 빠듯하니..
그렇다고해서 어버이날 케잌이나 꽂만 보내드리면 고마워하실 분들 절대 아니고.
우리 친정부모님은 올케가 축하금 없이 꽃바구니만 보낸것만으로도 엄청 고마워하시고 자랑사진 보내시던데.(뭐 울 친정부모님도 시부모로서 며느리를 힘들게하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겠지만.)
울 시어머니는 김대교한테 전화해서 “사람들이 자식 셋이니까 수금 엄청 많이 했겠다고 말하는데 나는 아들 둘다 돈 안보내서 남들보다 못받았다”라고 하셨다니 더 화가나고, 한편으론 애같아서 귀엽기도 하고..에휴 내가 너무했나 싶다가도 걍 내 성질 굴러가는대로 저지른 일은 내버려두고싶고..
8년차가 되니 나도 한번씩 심술 부리게되네 ㅋ 뭐 시어머니만 심술 부리나. 며느리도 심술 부릴수있지.ㅋ
뭘 해드려도 고맙다는 말은 커녕 맘에 안든다고 트집 잡으신 일이 많으셔서 돈도 드리기 싫어졌다는..
뭐..매달 부모님께 생활비도 드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정도는 힘든것도 아니겠지만.
근데 난 너무 희한한게, 우리는 그렇다치고 왜 시동생네는 이번 어버이날을 안챙겼을까..진짜 희한하고 궁금한데 대놓고 물어볼수도 없고..ㅋ
암튼 모양새가 희한하게 시동생네랑 우리랑 마치 짜고 돈 안보낸것마냥 된게 무슨 시트콤도 아니고..ㅋ
그렇게 부모님한테 돈 많이 쓰는게 도리라고 강조하시던 시동생 부부께서 왜 이번 어버이날을 패스하셨는지 무슨 사연인지 너무나 궁금하고 미스테리라서 남편이랑 웃었다. 우리는 웃지만 시어머니 속 한달간 뒤집어지셨겠지. 울 어머님도 별난 며느리 만나 맘고생 많이하신다.
아, 내 리플 너무 긴거 부담갖지마. 너의 원글들에 비하면 늘 너무 짫잖냐. 내가 따로 홈피를 안하니..ㅋㅋ
대화는 다다익선, 수다는 언제나 환영해요. 긴 거 좋아요 ㅎㅎㅎㅎㅎㅎ
근데 진짜 짜증나시겠다.. 어우.. 왜 그러신대요? 왜.. 대체 왜.. 저럴수록 며느리는 당신을 점점 싫어할 거고 나중엔 아들까지도 멀어질텐데.. 왜 나서서 자식들이 본인을 미워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방법을 쓰는 걸까요. 어르신들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아무리 적든 많든 받는 걸 당연시하고 왜 안내놓냐는 심보면 정말 주는 사람 정 확 떨어지죠. 참으면 상대는 내 마음 절대 모르잖아요. 그냥 대놓고 말하세요. “어머니 우리도 살림 빠듯하게 살고 있어요. 그래도 나름 우리 한계 내에서 어머니께 한다고 하는 거에요. 근데 못 할 때도 있지 않겠어요? 우리도 이거저거 하느라 사는 게 넉넉지는 않아요. 이러저러해서 못 드릴 수도 있으니 섭섭해 마세요. 아니 섭섭해하시려면 혼자 섭섭해하시고 저한텐 표현하지 마세요. 저도 힘들어요 떽!!!!!” 남편만 나랑 의견 같으면 아무 문제될 게 없죠. 그분들도 자식들이 독립된 인간이고 당신의 짜증을 받아주는 짜증받이가 아니라는 걸 아프지만 깨달아야 성숙하죠.. 사실 크게 한 번 뒤집는 것도 좋은데. 크게 뒤집으면 뭔가 변하긴 변하더라구요.
이렇게 말씀하시든가 아니면 시어머니가 전화할 때 이거 해달라 저거 보태달라 역으로 징징대는 작전으로 나가서 질리게 만들든가.. ㅎㅎㅎㅎ 전 나중에 우리 애들 내외가 부모한테 이거 보태달라 저거 해달라 징징대지 않고 지들끼리 잘 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도라고 느낄 거 같은데. 다 커서도 부모한테 손 벌리고 받아가며 사는 자식들도 얼마나 많은데. 그것만 안 하면 다행이지..
뭔가 극단의 대책이 있어야지 저런 소릴 듣고 어떻게 사신대요.. 어휴… 전 말없이 참으면서는 못 살아요. 반드시 내 할 말 해서 합의점과 해결책을 찾아내고 말지. 아님 아예 안 부딪치며 살든가.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쪽 입장도 듣게 되고 거기서 또 의외로 서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부분이 나올 수도 있고… 근데 얘기해봤더니 도저히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그 때부턴 그냥 무시 작전이죠 뭐.. 당신은 그래라 나는 내 갈 길 간다 대신 참지 말고 할말 다 하면서 유쾌하게 내 갈 길 간다~~ 이렇게… 이미 여러 방법 많이 시도하셨겠지요..ㅠ.ㅠ.
사실 평소 성품이 자식들에게 훌륭하고 너그럽고 인자하신 부모님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더 잘해드리고 싶고 더 보태드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그런 분들이시라면 어련히 측은한 마음이 들어 더 애틋하게 해드리고 살 수 있을텐데 왜 모를까요. 이렇게 사람이 성찰적으로 살기가 힘들어요..
그렇지..대놓고 말을 하는게 우선인데 나도참..
근데 이건 나의 극단적 개인주의가 또 한몫해서, 경제적 부분이나 우리의 헌실상황같은거 부모님이랑 깊이 대화하다보면 내가 드러나는거 자체가 싫어서..돈 관련 얘기는 간접적으로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친정부모님도 사위 연봉조차 모르고 나 미혼시절 내가 얼마버는지조차 모르셨으니..
아 물론 아들이 얼마버는지 얼마를 모았는지는 어버이날 사안 따위에서 오갈 말은 아니지만,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한테 내 경제적 상황, 혹은 미래계획 등등이 막연하게라도 드러나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그런게 너무 싫어서 난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듯. 더 두려운건 내가 대화도중 시부모님 경제상황 알게되는게 더 두렵고.(부자건 가난하건 두경우 모두)
내가 좀 이상한가? 이상하긴하지..뭘그리 그런게 두렵다고.
아 물론 남편한테 “우리가 양가부모님 도움 없이 이렇게 힘들게 빠듯하게 일어서려하는데 남들한테 보여지는 체면때문에 무리한 요구 하시면 곤란하다.”라는 말을 부모님한테 하라고 시켰지. 근데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네. 워낙 말주변 없는 김대교라..
근데 시동생은 늘 정면으로 대들어서 집안이 늘 시끄러운듯..왜그리 싸우는지 난 이해가 가.
그리고 그리 못 싸우는 김대교가 원망스럽지만 그저 자기 부모편 아니고 나 하자는대로 따라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하나.
그렇지..무슨 사안이든 열받으면 대놓고 말해야하는거지.
근데 육아 하다보면 이래저래 애한테 신경쓸 일들이 너무 많다보니, 시어머니 가끔 저러시는건 걍 ‘내 인생의 사소한 액뗌’정도로 치부하게 되어버렸어. 그저 내자식 잘 자라주고 우리셋 모두 건강하기만 하면 시어머니의 간헐적 진상정도는 감수하며 살지.그정도의 사소한 불행쯤이야~ 뭐 이런 경지에 이르렀다고나할까?
하긴..이것도 남편이 부모 편에 서서 나한테 강요하는 상황이 아니니 가벼운 액뗌정도로 치부되는거겠지..ㅋㅋ
진짜 김대교마저 말 안통했다면 벌써 이혼?
역시… 이런 문제는 남편이랑만 대화 통하면 사실.. 같이 사시는 분도 아니고 멀리 떨어져 계신 분이 말 안 통하게 하는 건 가끔 불편한 건 감수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대화 안 통하면 진짜 이혼감이 될만한 사항이기도 하지만 남편이랑 말 통하면 뭐… 같이 사는 분이 그러면 반드시 뒤집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요. 근데 만약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거나 임계점 넘어가면 뒤집는 거죠. ㅎㅎ 임계점 넘어가면 뒤집으세요. 의외로 평화로운 신세계가 펼쳐질지 몰라요. 처음엔 뒤로 넘아가네 마네 좀 시끄럽겠지만 결국은 뭔가 합의점이 찾아지더라구요 저나 주변 지인의 예를 다 보면.. 근데 한국 여자들 시댁문제 힘들다 어쩐다 하지만 남편이랑 말 통하면 괜찮죠. 이 문제가 정말로 문제가 되는 집들은 대부분 남편이란 놈이(!!!) 말 안 통해서 그런 경우구요 같이 사는 내남자가 나랑 의견 같으면 뭐 다른 거야 부수적이죠.
경제적인 부분 오픈 안 하는 건.. 사실 저도 비슷해요. 근데 뭐 워낙 다들 뻔하게 짐작이 갈테니 대충은 알겠죠. 대충은 알겠지만 저도 구체적 액수나 버는 돈 나가는 돈 이런 건 누가 알게 되는 거 싫더라구요.
그래도 저렇게 큰소리내는 시동생분 있으시니까 다행이에요. 집안 전체가 며느리 하나랑만 의견 다를 경우 완전 집안 말아먹을 사람 취급받는 게 한국 가정이다보니..
내가 이번에 압력?에도 불구하고 돈을 안보내서 더 심해지실거 같진 않고(본인도 며느리가 왜 갑자기 그러나 이유정도는 생각하셨겠지), 뭐 앞으로도 선물타령 돈타령 또 대놓고 하시면 좀 짜증내려고.
암튼 긴 리플 읽어주고 같이 분노해줘서 고맙~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