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작약.. 흐드러진 정원
수국, 작약.. 발음하기에도 우아한 이름을 가진 꽃들. 탐스럽고 고고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들이고. 여기에 라넌큘러스, 튤립까지. 이 꽃들이 색색으로 피어난 모습을 보면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난 옷이든 꽃이든 그림이든 뭐든 색조합이 좋으면 미칠듯이 빨려들어가..
크고 탐스러운 꽃들과 자잘하게 피는 꽃들이 규칙 없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을 가꾸고 싶다. 크게 할 능력도 없고 힘도 없으니 작지만 소소하게.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고 개화기가 다르니 2월 동백꽃을 시작으로 월마다 다르게 펴서 봄부터 가을까지 항상 꽃이 있는 정원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
예전에 읽었던 타샤 할머니의 정원 책을 다시 읽고 있다. 동부 버몬트 주에 오래된 농가처럼 보이는 나무집을 짓고 수십만평의 흐드러진 정원을 가꾸며 사는 타샤 할머니. 쏘옥쏘옥 올라오는 잡초를 뽑는 일도 작은 정원이라면 할만 할 것 같다. 어린 시절.. 농촌에서 커서 농사일이 얼마나 손이 가는지는 알고 있다.
탐스러운 진분홍 작약이 피어난 6월의 정원. 딱딱 키맞춰 정리된 정원보다는 이렇게 흐드러지게 꽃이 피고 흐트러져 보이는 정원이 좋다.
작약 부케.
작약도 종류가 많은데 나는 꽃겹이 이렇게 여러겹인 게 좋다.
작약 부케
라넌큘러스.. 눈물 날 거 같이 황홀하다.
라넌큘러스는 이 심플한 줄기도 완벽하다.
라넌큘러스 부케
유리병에 담긴 라넌큘러스
시애틀에서 집집마다 피어 있을 정도로 많은 연보라색 수국..
…..
봄과 초여름에 이 꽃들을 보려면 그 전 가을에 구근을 충분히 사다 심어야 한다. 정원 가꾸기는 일 년 아니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일일 거다. 인내가 필요한 일.. 특히 작약은 얼굴값을 하는 꽃. 첫 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개화기도 짧다. 아주 잠깐 그 탐스러운 꽃을 보기 위해 정성이 아주 많이 든다고.. 손으로 무언가를 메만지고 생명을 가꾸는 일은 세상의 많은 일들 온갖 노동 중에서도 특히 근원적인 충만함을 가져다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땅에서 싹이 올라오고 줄기에서 움이 트고 꽃봉우리가 터지는 과정에서 오는 충실한 기운을 받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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