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일하러 나와 앉아 있다가 좀 한가하면
이눔 새끼들이 보고 싶어 가슴 한쪽 끝이 아릿해져온다.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엔 살짝 거리가 있어야 더 애틋해지는 법인가보다.
24시간 끌어안고 아웅다웅할 땐 나 숨 쉴 구멍이 세상에서 제일 절실했는데
이제 숨 좀 쉬고 사니까 아이들이 더 이쁘다.

깜깜해진 밤 동탄에서 세교로 넘어가는 퇴근길, 제한속도 60km인 도로를 속도 맞춰 달리다보면 열음이 은율이를 조금만 더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훅 끼쳐와서 순간 가슴이 쿵할 때가 있다.

우리 가족은 표현 잘 하는 가족이다.

ornus도 나도 서로서로 틈날 때마다 “자기 사랑해요 오늘 보고 싶었어. 나 많이 보고 싶었지?” 등등 쉽게 나오고

아이들한테도 하루 수십번씩 사랑한다고 말한다.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가면 “엄마!!!” 하고 달려나오는 열음이를 붙잡고 거실에 앉아서
“열음아~ 열음이는 엄마 아빠의 뭐라고 했지?” 하고 물으면
“엄마 아빠의 보석이지! 보물이지~” 한다.

“열음이랑 엄마 아빠는 어떻게 만났지?” 하면
“열음이는 멀리서 왔지. 엄마아빠가 열음이를 젤 사랑할 거 같으니까 하나님이 선물로 보내주셨지~” 한다.
열음이에겐 아무 편견도 없다. 편견이란 것도 세월과 이해력이 쌓여야 생기는거지,
세상사 백지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부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열음이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열음이, 은율이. 말썽쟁이 이눔새끼들은 워낙 자잘한 말썽도 많이 부리니 혼날일도 많아서
혼날 일 없을 때 미리 감정의 저축을 한다고 생각하고 질리도록 사랑한다 말한다.
너무너무 보고싶었다고 말하면, 나도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싶었다고 대답하고.

그리고 5분만에 또 혼날일 생긴다-.-
혼낼 때는 엄청 무서운 엄마로 변하니까 미리미리 평소에 따뜻한 엄마 모습 저축하는 거다. 남자애들은 참… 혼날 일도 많다.
툭하면 뭐 부러져 있고, 빨래 건조대 타고 올라가서 부러져 있다든지, 어디서 이상한 상자곽 갖고 나와서 휘두르고 있다든지, 꼭 하나 있는 장난감 서로 갖겠다고 악을 쓰고 싸워댄다든지, 참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일거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버럭하는 엄마한테 혼나고 나서도 5분 있으면 또 달려와 안긴다.

아이들 키우면서 혼내지 않고 키울 수는 없다.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음을 알아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러저러해서 혼냈고 너의 맘이 이러저러할테니, 엄마가 이해하고 있다고 충분히 말해주는 것…

지금도 애들이 너무 보고싶다.
그리고 아마 오늘도 우리집에는 큰소리가 날 것이다-.-

 

 

 

 

 

Comments on this post

  1. 혁주 said on 2012-12-29 at 오전 1:55

    감정의 저축. 재밌는 표현이네~ :^}

    • wisepaper said on 2012-12-29 at 오후 8:31

      저축해야돼. 하도 꺼내 써야 되는 순간들이 많아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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